줄거리
1995년 개봉된 일본 애니메이션인 귀를 기울이면은 동양적인 감성과 스케치를 잘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주인공인 시즈쿠는 중학교 3학년 여학생입니다. 독서를 좋아해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어느 날 도서관 카드에서 익숙한 이름을 알아채게 됩니다. 그동안 읽은 책들의 도서 카드에 항상 그 세이지란 이름이 먼저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시즈쿠는 세이지가 궁금해집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도서관에서 일하고 계시며 어머니는 늦은 대학원 공부, 언니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입니다. 언니의 심부름으로 도서관에 아버지의 도시락을 배달하러 가는 날 고양이를 만나게 됩니다. 고양이는 지하철을 함께 탔으며 함께 내렸습니다. 홀린 듯 고양이를 따라간 시즈쿠는 언덕 위 골동품 가게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곳에는 너무나 신비로운 고양이 조각상 인형이 있었습니다. 주인 할아버지와 골동품 가게에 있는 멋진 시계와 조각상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아빠의 점심 도시락 배달이 늦어지게 된 걸 깨닫게 됩니다. 급히 도서관으로 달려가는 그녀에게 한 남자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와 도시락을 전해줍니다. 학교에서 가사를 쓴 종이를 끼운 책을 벤치에 두고 갔다가 만나 그 남자아이였습니다. 자전거 뒤에는 지하철에서 보았던 그 고양이가 타고 있습니다. 그 고양이의 이름은 문(moon)이라고도 하며 동네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길고양이입니다. 시즈쿠는 골동품 가게를 몇 번 다시 찾았으나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닫힌 가게 앞에서 문이라는 고양이와 대화를 나눕니다. 그러던 중 도시락을 전해주었던 남자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그 아이는 골동품 가게의 손자이며 고양이 조각상을 궁금해하는 그녀에게 가게 옆문으로 내려가 지하 공방을 통해 가게 안으로 안내합니다. 그녀에게 조각상을 내어 보이며 눈을 보라고 합니다. 엥겔 치머! 천사의 방이라는 뜻으로 세공할 때 생긴 흠이 빛을 낸다고 합니다. 조각상의 눈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으며 시즈쿠는 감탄을 자아냅니다. 고양이 조각상은 할아버지의 보물이며 사연은 말해주지 않는다고 손자가 말합니다. 지하에는 바이올린 공방이 있었으며 이탈리아로 유학 가 바이올린 장인이 되는 게 그의 꿈이라고 합니다. 한곡 연주해 주길 부탁하니 그녀에게 반주에 노래를 불러달라 합니다. 마침 할아버지와 친구분들이 오셔서 함께 화음을 맞추고 그 자리에서 남자아이의 이름이 세이지임을 알게 됩니다. 확실한 진로와 목표를 가진 세이지를 보며 시즈쿠는 자신의 꿈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세이지가 두 달간 이탈리아 연수를 갔다 오는 동안 시즈쿠는 작가의 꿈에 한 발짝 도전해 보기로 합니다. 소설의 주제를 고양이 조각상으로 하기로 결심하고 세이지의 할아버지이자 골동품 가게 주인인 니시 시로 할아버지에게 허락을 구합니다. 수험생인 그녀지만 그녀는 소설 쓰기에 최선을 다하였고 가족들도 그녀를 결국은 이해하고 응원해 줍니다. 세이지가 돌아오기 전에 소설은 완성되었고 할아버지에게 제일 먼저 가지고 갑니다. 그 소설의 이름은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귀를 기울이며"입니다. 할아버지는 소설을 읽고 그녀에게 칭찬을 해주었으며 그녀는 울음을 터트립니다. 그녀는 자신이 부족하며 더 공부해야 된다고 말합니다. 세이지가 앞질러가니까 무리해서 썼고 두려웠다고 고백합니다. 그런 그녀에게 할아버지는 우동을 대접합니다. 세이지가 처음 바이올린을 만들었을 때는 라면을 먹었다고 합니다. 세이지는 예상보다 하루 일찍 귀국하였으며 텔레파시가 통한 것처럼 그녀의 집 앞에서 만나게 됩니다. 함께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올라 세이지의 비밀 장소에서 해가 뜨는 것을 함께 봅니다. 그 광경을 보며 세이지는 나중에 훌륭한 장인이 될 테니 그때 자신과 결혼을 해달라며 시즈쿠에게 청혼을 합니다. 시즈쿠는 흔쾌히 자기도 그러고 싶었다고 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감독 콘도 요시후미
1950년 니가타 현에서 태어난 감독 콘도 요시후미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핵심 인물입니다. 귀를 기울이면 영화는 데뷔작이자 유작입니다. 또한 유일한 감독작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70년대 중반부터 작화 팀에서 미야자키 하야오를 도왔으며 1987년부터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지브리에서 작화 감독과 원화맨으로 작품에 참여하였습니다. 귀를 기울이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감독이 된 영화입니다. 만드는 동안 미야자키와 의견 대립이 잦았다고 합니다. 콘도는 원작대로 세이지를 화가 지망생으로 그리고 싶어 했으나 미야자키의 의견으로 바이올린 제작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1998년 대동맥 박리로 사망하게 됩니다. 과로사로 알려져 있으며 미야자키가 콘도의 죽음에 자책하였다고 합니다.
감상평
1995년 여름 속에 들어와서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낸 듯한 그런 느낌이 드는 설레는 영화였습니다. 중간에 등장한 무심한 듯한 길고양이 문의 시선으로도 장면을 볼 수 있기도 했습니다. 풋풋한 그 시절 추억 속으로 잠기게 되는 감성 영화입니다. 영화 처음과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노래는 귓가에 계속 맴돌 만큼 중독성이 있는 멜로디입니다. 영화 중간에 시즈쿠가 작사했던 가사들이 음악에 흘러나옵니다. 가사의 의미도 전진하는 듯한 희망적인 느낌이라 흥겹습니다. 함께 앞으로 걸어나가며 꿈꾸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이지가 시즈쿠에게 비밀 장소를 보여주며 고백하는 그 장면에서 마치 내가 고백을 받은 듯한 행복감이 전해집니다. 세이지가 자신의 확고한 꿈을 향해 어린 나이지만 결단력 있게 행동하는 모습이 부러움을 자아냈습니다. 또한 세이지에게 자극받은 시즈쿠가 밤을 지새워가며 소설을 열심히 쓰던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과거를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으려 하는 나이지만 과거로 돌아간다면 세이지와 시즈쿠처럼 살아보고 싶은 맘이 들기도 했습니다. 추억 속의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해준 가슴 따뜻한 영화 한 편을 잘 감상하였습니다. 지금도 가사와 노래가 귓전에 맴돌고 있습니다. 귀엽고 시크했던 고양이의 모습도 자꾸 떠오르는 아기자기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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